이것저것들
장수말벌 생애
하 이 에 나
2019. 11. 30. 02:13
털보말벌, 좀말벌, 쌍살벌 등의 말벌류도 집의 위치와 형태만 다를뿐 생활사 자체는 유사하다.
- 봄(3 ~ 5월) : 여왕벌이 동면에서 깨어나 꿀로 체력을 회복한 후 집터를 찾는다. 이 시기에 돌아다니는 말벌은 모두 여왕벌 개체이다. 여왕벌은 설치류가 뚫어놓은 굴이나 썩은 나무 뿌리 근처, 혹은 빈 나무등걸 속 등 어두운 구멍을 찾아서 집지을 위치를 확보한 후에 나무껍질을 갉아다가 침과 버무려 작은 집을 짓고 알을 낳아 일벌을 길러낸다. 말벌속 중 땅 속에 집을 짓는 종류는 장수말벌이 유일하다. 일벌들이 활동을 시작하기 이전까지의 집짓기, 사냥, 육아는 모두 여왕벌의 몫이다.
- 여름(5 ~ 8월) : 여왕벌이 낳은 일벌이 활동을 시작한다. 일벌이 활동을 시작하면 여왕벌은 집에 들어앉아 알 낳기에 전념한다. 군체의 규모가 점차 거대해진다. 성충 벌들은 오전 동안에는 꾸준히 날아다니며 애벌레들에게 가져다 줄 먹이를 구한다. 군체가 거대해지면서 일벌의 크기 역시 점점 커진다. 이른 봄~여름 시기에는 군집의 규모가 작아 일벌도 작고 날렵한 개체들이 많다. 작은 일벌들은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다른 벌레를 날렵하게 사냥해 씹어서 고기 경단을 만든다. 사냥 대상은 다양해서 성충이 씹어서 다질 수 있는 종류는 무엇이든 다 잡아먹으며 곤충의 천적인 사마귀나 거미도 장수말벌에게 걸리면 예외없이 고기경단이 된다.[8] 덩치가 큰 갑충류는 씹을 수 없어서인지 잘 사냥하지 못하지만
사실 손질하기 어려워서 안잡는다고한다애벌레 종류라면 별수없이 경단 신세가 된다. 사람이 식량으로 마련해둔 고기도 한점씩 떼어내 씹어서 가져간다.[9] 이후 가을이 되어가면서 일벌 개체는 점점 거대해진다. 덩치가 커진만큼 기동성이 느려져서 날렵한 사냥은 어려워지지만 힘은 더 강력해져 힘으로 몰아붙여서 대량의 식량을 얻을 수 있는 다른 벌집을 주로 노린다. 다른 벌집을 발견하면 공격페로몬을 그 위치에 묻혀서 가족들을 끌어들인다. 애벌레와 같이 자를 필요가 없는 먹이를 잡았을 때에는 그냥 잘 씹어서 턱으로 물고 가져간다. 성충을 사냥했을 때에는 나무 줄기 등에 뒷다리 하나만을 걸치고 거꾸로 매달려서 다른 다리 다섯개로 희생물을 껴안고 머리, 날개, 다리, 배 부분을 큰턱으로 잘라낸다. 꿀벌 종류를 잡았을 때 배 부분에 꿀이 남아 있으면 역시 몽땅 먹어치운다. 이후 가슴 부분을 잘 씹어서 경단으로 만들어 애벌레들에게 가져다 먹인다. 거꾸로 매달려서 먹이를 다듬는 행동은 말벌류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애벌레는 다른 벌 종류의 애벌레처럼 흰 구더기 모양이지만 날카로운 큰턱이 달려 있다. 성충 개체처럼 애벌레의 큰턱도 상당히 강해 풀잎 정도는 간단히 잘라버린다. 이 큰턱으로 벌집 벽을 긁어서 먹이를 보챈다. 애벌레는 배가 고프면 밤낮없이 먹이를 보채기 때문에 보통 일벌들은 밤새 애벌레들에게 시달린다. 긁는 소리를 들은 성충은 사냥 트리거가 발동해 먹이를 잡으러 나가며, 먹을 것을 채집해와 동생 애벌레들이 모두 잠잠해진 이후에야 나무 수액터를 찾아 앉아서 수액을 마시며 자신의 기력을 채운다.[10] 그 외에도 나무줄기를 씹어서 가져와 집을 새로 짓거나 땅을 파서 집터를 넓히는 공사일, 집 앞에서 보초를 서는 일 역시 모두 일벌들의 몫이다. 만족스럽게 배가 부른 애벌레는 벽을 긁지 않는다. 이 때 성충이 배 부분을 더듬이로 두들겨 먹을 것을 요구하면 애벌레는 아미노산 용액을 토해내 성충에게 먹여준다.[11] 장마 등으로 사냥이 원활치 않을 때에도 성충은 애벌레에게 먹이를 요구하는데 애벌레는 자신이 배가 고플 때에는 먹이를 토해주지 않는다. 그러면 성충은 애벌레의 배를 쥐어짜 억지로 아미노산 용액을 토해내게 한다(...). 먹을 것을 착취당한 애벌레는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로 우화한다.
일벌들은 집을 계속 증축한다. 말벌류의 집은 위에서 아래로 자라나는 형태이며 아래쪽으로 갈수록 방의 크기가 커진다. 가장 아래층의 방이 제일 크며, 8월이 되면 여왕벌은 가장 큰 방에 덩치가 가장 큰 차세대 생식개체들을 낳는다. 이후 8월 말이 되고 충분한 생식 개체를 낳은 여왕벌은 더 이상 알을 낳지 않고 둥지에 틀어박혀 지내다가 10월 말경에 한 해의 생을 마감한다. 여왕벌이 수명을 다하지 않더라도 저장해둔 정자를 모두 소진하거나 산란 능력이 떨어지면 일벌들이 몰려와 자신의 친어머니인 여왕벌을 물어뜯어 죽인다왕위를 계승하는 중입니다 어머니. 여왕벌이 없어진 무왕군에서는 일벌들이 부지런히 일하며 차세대 여왕벌과 수벌들을 길러낸다. 가끔 일벌들 사이에 배틀로얄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가장 강한 일벌을 중심으로 다시 뭉쳐서 둥지를 유지해 나가는 경우가 있고 지독한 싸움질 끝에 모두 죽어서 둥지 자체가 멸망하는 경우도 있다.
- 가을(9 ~ 10월) : 벌집에서 일벌의 수는 차츰 줄어들고 차세대 생식 개체들이 출방하기 시작한다. 다른 벌목 개체처럼 유정란은 암컷으로, 무정란은 수컷으로 태어나는데 종류에 따라서는 여왕벌은 암컷만, 일벌은 수컷만 낳기도 한다. 이들의 결혼비행은 꿀벌이나 개미처럼 한 시기에 왁자하게 몰리는 것이 아니라 그냥 며칠동안 따로따로 날아다니다가 암수가 만나 교미하고 끝이다. 특히 장수말벌은 수벌들이 남의 집앞에서 기웃거리며 새로 출방하는 처녀 여왕벌을 기다린다. 여왕벌이 나오면 수벌은 달려들어 교미하려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여왕의 저항이 극심하다.[12] 심지어 여왕은 자신에게 장가들려는 수벌을 물어 죽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장수말벌 여왕의 수정률은 30~40%로 낮은 편이다. 수벌은 교미하려고 남의 집앞에서 개기다가 보초에게 물려 죽거나, 여왕을 찾아 날아다니다가 잡혀먹히거나, 혹은 여왕과 교미한 후 탈진해 죽는다. 일부 절륜한(?) 수벌은 여왕 여러 마리와 교미하기도 하는데 이런 개체도 정액을 모두 소진하면 죽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수벌에게는 독침이 없고 덩치가 크며 정액이 꽉 차있어 단백질이 풍부하기 때문에
이게 그렇게 정력에 좋아서포식자들은 장수말벌 수벌을 즐겨 먹는다.수벌이 남자한테 참 좋은데..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수벌은 일벌처럼 사납지도 않고 포식자를 피하는 방법도 잘 모른다.즉 초식남...아니 초식벌이다신여왕은 수정 여부에 상관없이 나무 수액 등을 배가 터지도록[13] 섭취해 체력을 보충하며 동면 준비를 한다. 겨울이 되기 전까지 글리세린 성분을 몸 안에 충분히 축적해 두어야 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다.
- 겨울(11 ~ 2월) : 동면기간이다. 나무껍질과 줄기 사이의 틈바구니나 사람이 지은 집의 벽 틈 등에 틀어박혀서 바람을 피하며 겨울을 난다. 이 시기에 곰팡이에 당하거나 추위에 얼어죽거나 해서 무사히 겨울을 넘기는 여왕 장수말벌은 태어난 전체 여왕벌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보통 말벌집 하나에서 신여왕 200마리 정도가 출방하는데, 그 중 20마리 정도만이 겨울을 간신히 넘기고 여기에 미수정률까지 감안하면 5~8마리 정도만이 다음 해에 새로 집을 짓고 일벌을 길러낼 수 있다.[14]
- 초기군체가 성장하는데 실패하는 경우와 천적이 덮쳐서 왕국이 멸망하는 경우까지 합하면 말벌 둥지 하나에서 태어나 성공적으로 번식하는 다음 해의 왕국은 고작해야 한두개 수준이 된다.